엄마와 아이의 빗속 나들이
촉촉한 길 위, 반짝이는 우산과 함께한 산책
비가 내리던 저녁이었다. 촉촉하게 젖은 길 위로 엄마와 아이가 나섰다. 아이는 작은 레인부츠와 우비를 갖춰 입고 우산을 들었다. 처음에는 온몸을 덮는 커다란 우산 아래로 쏙 숨어버린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우산 테두리에 반사된 불빛이 유독 선명했다.
이내 아이는 우산을 높이 들어 올리며 제 존재를 드러냈다. 파란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진 우산은 아이의 키보다 훨씬 커 보였다. 작은 손으로 제법 능숙하게 우산대를 잡고 서 있는 모습이 대견했다.
엄마는 아이의 옆에서 조용히 걸으며 비 오는 풍경을 함께 즐겼다. 아이는 주룩주룩 내리는 비 속에서도 아랑곳 않고 우산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세상의 모든 물기를 막아낼 기세였다. 빗물이 고인 길을 걷는 아이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워 보였다.
촉촉한 비 내음 가득한 저녁, 엄마와 아이는 그렇게 잠시 동안 비와의 산책을 이어갔다. 아이의 눈에는 비 오는 세상이 또 다른 놀이터처럼 비쳤을 것이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나의 마음도 함께 젖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