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20-03-19 · 사진 2장

오늘의 작업 한 장면

기판 위에서 숫자들이 살아 움직이는 조용한 시간

아빠는 다시 한번 프로브를 맞춰본다.

초록색 기판 위로 수많은 캐패시터가 줄지어 있고, 그 사이로 얇은 테스트 핀을 집어넣는 손끝이 조심스럽다. 오실로스코프의 주황색 팁이 커넥터 핀에 닿는 순간, 파형이 숨을 쉬듯 살아 움직인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던 전자의 흐름을 이토록 가까이 보는 일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어느 부품이 말을 건네고, 어디서 신호가 멈춰 서 있는지를 하나씩 묻고 있다.

오늘은 고치거나 바꾸는 것보다, 경청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기판이 보여주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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